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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8 22:01
[출판/공연] <꽃꿈을 꾸다> 출간
 글쓴이 : 전수진기자
 

“부박한 세상을 노래하는 길 위의 시”

b판시선 25번째로 이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를 펴낸다. 이 시집에는 30여 년간 철도노동자로 충실히 살아온 시인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손병걸 시인은 이에 대해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풍광을, 놓치지 않는” 시인의 시선이 “카메라렌즈 속으로 바라본 사람과 사람의 관계, 길가에 핀 꽃과 뿌리 깊은 나무, 바위와 바람 그 모두를 품은 하늘,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물의 심경까지” 이르고 있다고 쓰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평범하고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따닥따닥 붙어 있는 다세대주택가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생동감을 준다. 첫 시집에서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시집의 배경으로 존재하는 여성성이다. 시집의 1~2부에 주로 들어 있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꽃뱀의 검은 혀와 나의 붉은 혀가 쓰는/아담과 이브가 쓰는/뱀과 나의 피의 연대기가 궁금”한 것처럼 짙은 잔상을 남기고 있다. [새우깡]의 노래방 도우미들, [옐로우하우스]의 사랑 없는 사랑을 마중 나온 아가씨, [미아리 텍사스]의 우울을 껴입고 사는 그녀, [구월동 로데오거리]의 아랫도리 맨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들이 바비인형처럼 진열되어 있다. 시인에게 이들은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내려온 화엄의 꽃/관세음보살”이다([화엄의 꽃]). 그러면서 시인은 “그동안 나의 아랫도리가 저지른 죗값이 크다”고 읊조린다.

이 시집에는 또 생명과 사물에 대한 측은지심이 깊게 배어 있다. 국가 권력이나 자본에 희생당하고 외면당하는 약자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격앙되어 나타나는가 하면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모든 경전을 불태워버리다]에서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동안 마음속에 고이 모셔온 경전들을/모두 불태워버렸고 내 안에 깃들어 살던/모든 신들을 내쫓아버렸다”고 진술한다.
 
서비스 직종의 감정노동자들이나 실직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이 그들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다소 비관적인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은/죽어서도 가난하게 산다”는 진술이 뼈아프게 사무친다. “아무리 일을 하여도 허리띠를 졸라매도/가난을 껴안고 살던 남루한 마을” 지천리에서 자라난 시인에게 유독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애틋한 이유 또한 “먹고 사는 일에도/저마다의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문계봉 시인은 해설에서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을 넘어선 나이에 그가 소망하는 세계가 그러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충분히 노동했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고단할 법도 한데 그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여전히 귀를 열어놓은 채 비타협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인은 이순을 지나서도 저마다의 아픔을 끌어안은 채 여전히 꽃꿈을 꾼다. 사람에 대한, 생명에 대한,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채 오늘도 길을 걷는다.



저자 : 이권
1953년 충남 청양 출생. 본명 이정권.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14년 ≪시에티카≫로 등단. 전직 철도노동자였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 시집으로 ≪아버지의 마술≫이 있다.




꽃꿈을 꾸다 ㅣ 이권 지음 | 도서출판b | 값 10,000원